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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쉬운 문제일수록 조심
작성자   김종선


쉬운 문제일수록 조심
 

1. 들어가며

논술 고사 안이 대략 확정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마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을 때 쯤이면 확정된 소식을 듣고 있을 거라고 본다.

일단 서울대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주요 사립대는 기존의 논술 출제 방침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따라서 수리나 영어 논술에 대한 걱정은 올해는 안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지금 추세로 볼 때는 서울대 역시 기존 논술 출제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정시 논술은 서울, 연, 고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거의 폐지할 방침이라고 한다.

다만 수시 정원을 60% 정도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논술 공부를 했으면 한다.

오늘은 지난 1월26일 치렀던 LEET 예시 문항 중 1번을 선택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볼 때 LEET 논술 문제가 대입 논술보다 훨씬 쉽다고 본다.

여러분들도 한번 풀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이 문제 해제 강의는 가끔 메일을 보내주시는 로스쿨 준비생 분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2. 쉬운 문제일수록 조심하라.
배경지식에 의존만해서는 답을 얻을 수 없다

Ⅰ. 제시문 (가)~(라)를 통치 원리에 따라 둘로 분류하고, 같은 원리를 담고 있는 제시문끼리 묶어서 요약하시오 (350~450자, 20점).

 

(가)

걸왕과 주왕은 어찌하여 천하를 잃었고, 탕왕과 무왕은 어찌하여 천하를 얻었는가?

그것은 바로 걸왕과 주왕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잘하였고, 탕왕과 무왕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잘하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사기와 쟁탈, 탐욕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예의와 사양, 충신(忠信)이다.

지금 군주들은 자신을 탕왕과 무왕에 비유하며 그들과 나란히 하고자 한다.

그러나 나라를 통치하는 방법은 걸왕이나 주왕과 다를 바가 없으면서 탕왕이나 무왕과 같은 공적과 명성을 추구하니 어찌 가능하겠는가?

사람에게는 생명보다 귀중한 것이 없고, 평안보다 즐거운 것이 없다.

생명을 기르고 평안을 즐기는 방법으로는 예의보다 나은 것이 없다.

사람이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평안을 즐기고자 하면서도 예의를 버린다면, 이는 오래 살고 싶어 하면서 스스로 목을 베는 것과 같다.

 
(나)

매와 채찍으로 때리고 재갈을 물리지 않으면 조보(造父)*라 할지라도 말을 몰 수 없다.

곱자와 그림쇠를 쓰지 않고 먹줄을 긋지 않으면 왕이(王爾)**라 할지라도 네모와 원을 그릴 수 없다.

위엄 서린 권세와 상벌을 정한 법이 없으면 요순(堯舜)이라 할지라도 세상을 다스릴 수 없다.

견고한 수레와 좋은 말을 타면 험한 고갯길도 올라갈 수 있고, 편안한 배를 타고 좋은 노를 저으면 큰 강도 건널 수 있다.

법술(法術)이라는 방책을 쥐고, 벌을 무겁게 하고 사형을 엄히 행하면 패왕(覇王)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다.

나라를 다스리면서 법술과 상벌을 갖추는 것은 견고한 수레와 좋은 말이 있고 날렵한 배와 편리한 노가 있는 것과 같으니, 이것에 의지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다)

화폐를 널리 유통시켜도 백성의 살림이 넉넉지 못한 것은 물자가 한 곳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수입을 헤아리고 지출을 조절해도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곡식이 한 곳에 쌓이기 때문이다.

영리한 사람은 백 사람의 수입을 올리고 어리석은 사람은 본전도 찾지 못하니, 군주가 조절하지 않으면 반드시 백성 중에 상대를 해치는 부자가 생긴다.

이것이 어떤 사람은 백 년 먹을 양식을 쌓아두고, 어떤 사람은 술지게미나 쌀겨조차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 이유이다.

백성이 너무 부유하면 녹봉을 주어도 부릴 수 없고, 백성이 너무 강하면 위엄을 세우거나 형벌을 가할 수가 없다.

쌓인 것을 흩고 이익을 고르게 하지 않으면 균등해질 수 없다.

그러므로 군주가 식량을 비축하여 재정을 확보하고,남는 것을 제어하여 부족함을 보충하며, 과도한 이문을 금하여 부당한 욕심을 막아야, 집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하게 될 것이다.

 
(라)
옛날에는 덕을 귀하게 여기고 이익을 천하게 여겼으며, 의를 중하게 여기고 재물을 가볍게 여겼다.

삼왕(三王)이 다스리던 때라 해도 흥하기도 하고 쇠하기도 했지만, 쇠하면 떠받쳤고 기울면 바로잡았다.

그래서 하(夏)는 진실했고 은(殷)은 경건했으며 주(周)는 문아(文雅)했으니, 상서(庠序)*** 의 교육과 공경하고 사양하는 예(禮)가 찬연하여 참으로 볼만했다.

후대에 이르러 예의가 무너지고 미풍이 사라져 녹봉 받는 관리부터 의를 어기고 재물 모으기에 급급하니, 큰 자가 작은 자를 삼키고 서로 격렬히 다투어 넘어뜨리게 되었다.

이에 어떤 사람은 백년 먹을 양식을 쌓아 두고, 어떤 사람은 배를 채울 수도 몸을 가릴 수도 없게 되었다.

옛날에 관리는 농사를 짓지 않았고 사냥꾼은 고기잡이를 하지 않았으며, 수문장이나 야경꾼도 모두 일정한 수입이 있어서 두 가지 이익을 취하지 않고 재물을 독차지하지 않았다.

옛날처럼 하면 우둔한 자와 영리한 자의 수입이 고르게 되어 서로 상대방을 쓰러뜨리지 않게 된다.

이 요약 문제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흔히 실수할 수 있는 점을 중심으로 간단히 요점만 말하고자 한다.

(가)는 탕왕과 주왕이 나라를 성공적으로 통치한 이유는, 두 왕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예의와 사양, 충신을 잘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잘 했기 때문에 백성들이 즐겁게 살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법술과 상벌로 사람들을 다스려야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다)는 군주가 주도적으로 사람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절해 나가야만 골고루 잘사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라)는 예와 덕을 중하게 여길 때는 사람들이 그에 맞게 행동을 해서 사회가 평안했는데, 후대에 이르러 예를 경히 여기니 물질을 중시하는 풍조가 일어나 사람들이 서로 이익을 탐하기만 한다는 내용이다.

위의 내용들을 두 가지로 묶는다면 (가)와 (라) 한 묶음과 (나)와 (다) 한 묶음을 묶을 수 있다.

보통 학생들이나 학원 측의 답안을 보면 (가)와 (라)는 예(禮)로 다스림을, (나)와 (다)는 법(法)으로 다스리는 것을 많이 말한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답안이기도 하다.

또한 (가)와 (라)를 인간의 성선설과 연관짓고, (나)와 (다)를 인간의 성악설과 연관짓는 답안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논의 자체는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문제에서 요구한 것은 통치원리에 따른 구분과 요약이다.

인간의 본성과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와는 전혀 관계없는 답안이다.

요약은 이해한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제시문에서 설명하고 있는 바를 넘어서서는 안 되는 일이다.

또한 통치원리로 나누라고 했지 나름의 기준을 세워 나누라고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과 논제에서 요구하는 바를 굳이 연결시킬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더구나 글자 수가 450자 미만의 글에서 각 제시문 하나를 100자씩으로 요약해도 400자이다.

여기다가 인간의 본성에 관한 논의와 통치원리를 연결시키는 내용을 쓰면 필연적으로 글자 수를 초과할 수밖에 없다.

굳이 인간의 본성에 관한 내용을 쓰고자하면 결국 요약을 줄이고 분류하는 근거를 늘리는 방향으로 글을 쓸 수밖에 없는데 이는 효과적인 방식이 아니다.

왜냐하면 중복적인 글쓰기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제에서 더 중점적으로 본 것은 요약이다.

분류는 일종의 요약하는 방식을 지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테면 '그냥 평면적으로 요약하지 말고 분류해서 입체적으로 해봐라'라는 요구사항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분류하는 부분에 지나친 글자 수를 할당하는 것은 문제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글쓰기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분류를 먼저 해주고 요약하는 내용이 그 근거가 되도록 쓰는 것이다.

분류하는 데는 최소한의 글자를 할당하고, 요약을 하는데 중점을 두는 답안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한 통치원리를 단순히 '예', '법' 으로 이미 지식화된 내용만을 쓰기보다는 제시문에서 찾을 수 있는, 즉 제시문의 논리에서만 순수하게 도출할 수 있는 내용들을 써주는 것이 더 좋다.

가령 (가)와 (라)는 국가가 예를 강조해야 백성들이 골고루 잘 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가)는 예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들고 있다.

군주가 백성들이 좋아하는 일을 권장하면 백성들은 자연스럽게 거기에 맞춰 평안하게 살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라)는 예를 중시하면 그 풍토가 생활 곳곳에 퍼져 백성들이 알아서 이익을 골고루 나눌 것이라는 입장이다.

두 제시문 다 예(禮)를 바르게 적용한다면 군주가 구체적으로 간섭하지 않아도 백성들이 자율적으로 평안하게 살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따라서 (가)와 (라)의 통치원리는 '예라는 근본을 확립하여 백성들이 자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나)와 (다) 역시 단순히 법(法)만을 통치원리로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나)는 명시적으로 법술(法術)이라는 단어를 다루고 있지만, (다)는 군주가 백성들의 이익을 조절할 필요성을 말할 뿐이다.

따라서 굳이 법이라는 단어로 두 지문을 묶는 것은 너무 평면적이다.

두 제시문에서 공통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내용은 둘 다 군주가 백성들을 규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가)와 (라)는 군주가 예(禮)를 강조하면 백성들이 자율적으로 평안을 이룬다는 입장이지만, (나)와 (다)는 군주가 백성들을 규제함으로써 사회를 평안하게 만들 수 있는 입장이다.

따라서 (나)와 (다)에 나타난 통치원리는 '법과 제도라는 구체적 방책을 통해 백성들을 타율적으로 규제한다'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단순히 예와 법을 대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율과 타율로 기준을 더 구체적으로 세워주는 것이 필요한 문제였다고 본다.

나머지 답안은 이 두 가지의 통치원리를 각각 논증하는 방식의 요약이면 적당하다.

즉 (가)와 (라)는 이런 이유로 저런 통치원리가 공통적이고, (나)와(다)는 저런 이유로 이런 통치원리가 공통적이다 식의 글이면 좋다.

3. 마치며

로스쿨 논술은 지금까지 출제된 경향을 볼 때 문제 난이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중위권 대학 논술 문제 수준 정도가 아닌가 싶다.

다만 약간의 법적 교양을 묻는다는 점, 그리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게 주어진다는 점이 고교 논술과 다를 뿐이다.

따라서 로스쿨을 준비하는 분들은 논술을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빠른 시간 내에, 사고한 바를 정확하게 쓰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시 광고하지만 카페 가입을 원하는 학생들은 메일을 보내주기 바란다.

자세한 가입신청 양식은 이전 원고를 보면 나와 있다.

카페 가입 신청 메일은 3월27일까지만 받을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의 건승을 바란다.

-권호걸/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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