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가이드라인이 사실상 폐지되면서 대학별고사에서 영어 제시문이 출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어 제시문이 어떻게 출제될지 정확히 내다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큰 그림에 대한 예측은 가능하다. 최근 나오고 있는 통합논술의 형식에다 영어 제시문이 추가 되리라는 것. 다시 말해, 영어 제시문이 등장하더라도 통합논술의 큰 틀에는 변화가 없으리란 전망이다. 영어 제시문을 요약하고 제시문 간 상관관계를 묻는 문제를 통해 영어독해력과 추론능력을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논술가이드라인이 발효되기 전인 2002~2005학년도 대입 대학별고사에서 영어 제시문이 출제된 사례를 분석하면 실전 대비를 위한 실마리가 잡힌다.》

문장 하나하나보다 맥락

숨겨진 주제를 쏙 뽑아라

○ 출제 경향 및 전망

2002학년도의 경우 영어 제시문은 단문형 중심의 짧은 글이 나왔다. 영어 제시문은 제시문들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국어로 된 제시문들과 함께 출제된 것.

그러나 대학별고사가 강화된 2005학년도 논술시험에서는 영어 제시문도 길어졌고 내용도 어려웠다. 영어 제시문의 비중도 높아졌다. 제시문의 주제를 파악하는 문제, 제시문의 일부를 해석하는 문제, 제시문을 요약하는 문제, 제시문과 다른 제시문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문제가 다양하게 출제됐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올해 대입 논술에서는 현재의 통합교과형 논술 형식에다 2002~2005학년도 기출문제에서 나타난 경향이 결합된 형태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더 구체적으로 예측해 보자. 영어 제시문에서 각각의 제시문이 공유하고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주제를 묻는 질문은 제시문을 이해했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어려운 영어 제시문이 국어 제시문과 함께 나올 공산이 크다.

영어 제시문은 주로 다른 제시문을 설명하거나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른바 ‘이론형 제시문’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영어 제시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영어 제시문을 요약하는 문제도 출제될 수 있다. 요약형 논제는 수험생이 글의 주제를 정확히 파악했는지, 주제문(key sentence)과 키워드를 찾아낼 수 있는지, 글이 가진 관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평가하는 좋은 기준이기 때문이다. 대학별 고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형식이기도 하다. 이런 형식의 문제가 나와도 답은 국어로 써야 하기 때문에 수험생의 국어 문장력과 논리력을 파악하는 데도 유용하다.

영어 제시문으로 추론 또는 비판형 논제를 낼 수도 있다. 이들 논제는 제시문의 핵심(주제문장)을 파악한 뒤 이를 통해 다른 제시문의 내용을 분석하거나 비판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이때 영어제시문은 다른 제시문들을 추론하거나 비판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 근거를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영어 제시문을 단순 독해할 것이 아니라 ‘비판적 독해’를 해야 한다. 바로 여기서 ‘수능 영어’와 ‘대학별고사 영어’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제시문에 담긴 정보를 객관적으로 읽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제시문에 숨겨진 의도를 이해하거나 제시문이 가진 관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대학별고사 영어는 요구한다.

○ 실전 대비법

1. 문장단위 해석은 금물, 전체 맥락을 파악하라

영어 제시문이 등장하는 논술은 ‘영어 독해’ 시험이 아니라 ‘논술’ 시험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2002~2005학년도 논술 및 영어 구술면접에서 영어 제시문을 주고 글의 주제나 요지를 설명하도록 하거나 본문 내용의 일부를 해석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문제는 학생의 독해능력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여기에다 ‘자신의 견해를 논하라’는 논제가 나오곤 하는데, 이는 ‘2차 독해’로서 추론하도록 하거나 주장과 논거를 묻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영어 논술 및 구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주제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면서 제시문의 요지와 논지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영어 지문을 정확히 해석하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전체 맥락을 놓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문맥을 배제한 채 문장단위로 영어 제시문을 해석하다 보면 오독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주제와 논제의 범위, 다른 제시문과의 관계 속에서 독해를 하는 연습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2. 제시문 분석을 통해 추론 능력을 길러라

문맥의 흐름과 상관없이 문장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이런 식으로 영어 제시문을 독해하다보면 전체적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논술 제시문을 해석할 땐 분석적으로 읽어야 한다. 제시문의 특정 어휘가 전체 주제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추론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어 제시문은 시사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거나 이론적인 배경을 전제로 전개된다는 점에 신경을 쓰면서 대비한다.

3. 제시문을 논제의 요구에 맞게 해석하라

논술의 제시문은 모두 하나의 주제에 대한 입장을 담고 있다. 어떤 특정한 현상을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인 토대가 제시문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논술에 나온 영어 제시문은 논제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독해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하게 독해를 했더라도 논제의 요구와 관계없이 독해하는 것은 시간낭비임을 명심하자.

영어 제시문은 하나의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논리 전개방식을 활용한다. 일정한 논리의 구조가 문장 속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이를 역으로 이용해 핵심적인 제시문과 지배 어휘를 파악할 수 있다.

4. 제시문의 유형을 이해하라

영어 제시문에 등장하는 어휘나 문장, 단락은 모두 ‘긍정적’ 혹은 ‘부정적’이거나 ‘객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영어 제시문은 수험생의 견해를 묻는 문제가 출제된다. 객관적인 내용이 담긴 제시문이 나온다면 본문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는가를 묻는 문제가 나온다.

영어 제시문을 읽을 때는 어떤 판단이 내포된 내용인지, 아니면 단순히 정보가 나열된 글에 지나지 않는지를 신속하게 파악해야 한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떤 판단을 담고 있는 내용이라면 제시문 속에 포함된 구체적인 예는 크게 중요하지 않으므로 과감히 무시해도 된다. 하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제시문의 경우에는 특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경우가 있으므로 정확히 해석해야 한다.

영어 제시문 공략 4대 포인트

[1] 주제와의 관계 속에서 제시문 논지 찾기

[2] 문맥의 흐름 따라가며 추론 능력 키우기 
 
[3] 핵심 이루는 주제문과 지배 어휘 찾아내기

[4] 판단 포함? 정보 나열? 제시문 유형 재빨리 파악

조윤병천 메가스터디 논술강사

출처 : 동아일보 이지논술(www.easynonsul.com)